내게 더블 실린더를 처음 알려준 이는 프랑스인 페트릭이었다. 훤칠한 외모에 다부진 체구를 지닌 그는 다이브 숍에서 함께 일하던 동료였다. 티셔츠를 구김 없이 다려 입고 다니던 모습이 인상 깊게 남아있다. 코스 디렉터였던 그는 유럽팀의 강사과정과 테크니컬 다이빙 파트를 담담했다. 강사과정이 진행되면 밤늦은 시간까지 남아 후보생들의 과제나 나머지 공부를 봐 주곤 했다. 여느 지역에서 대심도 감압 다이빙을 진행하던 어느 날, 그는 함께 하던 동료를 물속에 두고 왔다. 장례를 마친 다음날 그는 고국으로 떠났다. 지금도 그가 다이빙을 하는지는 알 수 없다.
테크니컬 다이빙이라는 용어가 처음 사용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30여 년 전쯤이다. 레크리에이션 다이빙과 구분 짖기 위해 쓰이게 된 표현이다. 사전적 의미의 레크리에이션이란 오락이나 취미를 뜻하고 테크니컬이란 특정 분야의 기술적이고 전문적인 것을 말한다. 스쿠버다이빙 강습을 제공하는 유수의 단체들이 규정하고 있는 레크리에이션 다이빙의 범위는 대개 이와 같다. 감압을 위한 정지를 요하지 않는 수심 40미터 이내에서의 다이빙. 출수 지점으로부터 40미터 이내의 거리로 자연광이 미치면서 곧바로 상승이 가능한 환경으로 정의한다.
테크니컬 다이빙은 바로 이 범위를 넘어서는 활동이라 할 수 있다. 명확히 표현하자면 수중에서 물리적인 혹은 생리작용에 의해 만들어진 가상의 공간에 갇혀 기계장치를 이용해 숨을 쉬며 계획한 절차를 차질 없이 수행하는 것이다. 감압 다이빙이나 동굴, 난파선 침투와 같은 천장이 막힌 환경에서의 다이빙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다이빙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그 활동에 맞는 교육과 절차, 기술과 장비가 필요함은 자명하다.
이 활동은 레크리에이션 다이빙의 버디 시스템을 넘어 팀원 각자가 임무를 맡아 수행하는 팀플레이 방식으로 확장된다. 함께 하는 팀원은 다이빙의 절차와 사용하는 장비 시스템이 동일해야 함은 물론,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며 도와야 한다. 동굴과 같은 오버헤드 환경에서 장비의 고장이나 기체 고갈, 방향 상실 등의 상황에서 출수 지점으로 되돌아 나오기 위해서는 어떤 교육과 장비와 훈련이 필요할지는 능히 상상할 수 있다.
인류는 과학의 비약적인 진보가 있지 않는 한, 물리 법칙과 그에 따른 인체의 생리학적 작용을 넘어설 수 없다. 깊은 수심에서 다이빙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의 위험요소들을 제거해야만 한다. 수중에서 호흡하는 기체가 인체에 미치는 각각의 영향도 그러한 요소 중 하나다. 예로, 산소 농도가 높은 기체로 감압 정지를 필수로 해야 하는 다이빙은 그 절차에 실수를 범했을 시 위험에 크게 노출된다. 이러한 이유로 테크니컬의 범주에서는 레크리에이션과는 달리 오차를 최소한으로 하는 날카로운 기술이 필수로 요구되는 것이다.
테크니컬 다이빙에서는 기술적인 부분 외에도 장비와 환경을 감당할 수 있는 건강한 신체와 정신이 요구된다. 긴 시간이나 높은 압력 하에서는 상대적으로 더 많은 기체가 필요할 터이므로 재호흡기나 복수의 실린더를 다루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한 감압을 위한 멈춤이나 오버헤드 환경과 같이 수중의 한 공간에 갇혀 있어야 한다는 것은 심리적인 부담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자연 상황이 시시각각 변하듯 다이빙을 수행하는 내내 마음 상태를 평온하게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 노련한 다이버는 이를 잘 알기에 자연 앞에서는 자만하지 않으며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꾸준한 연습과 경험을 쌓아나간다.
감압 절차의 유무는 레크리에이션과 테크니컬 다이빙을 구분 짓는 일반적인 기준 중에 하나다. 기실 무감압 다이빙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수중에서 압축된 기체를 마시는 순간 감압은 불가피하다. 다만 레크리에이션의 범주에서는 테크니컬 다이빙에 비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여러 준수 사항들로 하여금 권장하는 정도에 머물 뿐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무정지 한계시간을 준수하고 상승 속도를 조절하며 안전 정지라는 명목으로 잠시 멈추는 행위들 모두 감압의 일종으로 인지해야 한다. 지금은 많은 단체들이 이를 받아들여 레크리에이션 다이빙에서도 무감압 다이빙이라는 용어 대신 무정지 다이빙으로 고쳐 부르고 있다.
다이빙의 역사를 살펴보면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어 왔다. 초창기 테크니컬 다이빙을 수행했던 다이버들은 지금과는 사뭇 다른 장비와 시스템을 사용했음을 볼 수 있다. 그들의 끊임없는 연구와 희생이 있었기에 오늘날의 성장이 있음은 분명하다. 지금은 레크리에이션 다이빙에서도 흔하게 사용하고 있는 나이트록스 기체는 초기에는 테크니컬 다이빙의 범주 안에 있었다. 요즘 많은 다이버들이 선호하는 백플레이트나 롱 호스 장비 시스템은 초기에는 테크니컬 다이빙 장비로 치부되어 왔다. 더블 실린더, 사이드 마운트, 재호흡기, 풀 페이스 마스크, 스쿠터 시스템 등 초기에는 모두 테크니컬 다이빙의 테두리 안에 있었다. 특별하게 치부되던 장비와 기술들은 그 유용성을 받아들여 점차 레크리에이션 다이빙에서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다이빙 산업의 발전과 시대의 변화에 따라 레크리에이션과 테크니컬의 구분은 앞으로도 계속 변화가 이어질 것이다.
다이빙을 즐기는 방식은 다양하다. 근래 들어 테크니컬 다이빙에 관심을 갖는 다이버들이 부쩍 많아진 듯하다. 최근에 다이빙을 시작해 엊그제 강사가 되어 "나는 이제 레크리에이션 다이빙은 안 합니다"라고 하던 다이버가 있었다. 보다 깊이, 보다 멀리, 보다 오래 즐기고 싶은 마음은 다이버로서 당연한 욕구일지도 모른다. 관심 분야를 넓혀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즐기고자 하는 것은, 자신의 성취뿐만 아니라 다이빙계의 성장을 위해서도 좋은 현상이라 하겠다. 다만 염려스러운 점은 화려한 껍데기에 현혹되어 그 본질을 쉬이여기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다.
페트릭은 감압 정지를 하는 중에 정신을 잃고 멀어져 가는 버디를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팀플레이로서 함께 하는 다이빙은 나 혹은 버디나 리더 혼자 잘 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닌 것이다. 변수는 어디에나 있고 위험은 순간에 다가오며 도움에는 한계가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이것은 냉엄한 현실이지만 그렇다고 움츠리기만 한다면 더 이상의 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 다이빙을 확장해 나가되 겉모습만을 추종하는 것이 아닌 내실을 튼실히 다지길 권한다. 대자연 앞에서는 한사코 겸허해질 것을 또한 권한다. 무엇보다도 물을 즐기는 방식이 다름을 존중하는 마음도 지니길 바란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John. Young Joon Kim
PADI Course Director #471381
Zero Gravity - Scuba Diving Academy & 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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