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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김영준

수중생물 관찰하기




우리는 그곳을 '까따 리프'라고 불렀다. 비치에서 장비를 매고 잠시 헤엄쳐 나가면 수심 낮은 곳에서부터 아담한 산호 군락이 시작된다. 암초 지역은 먼바다까지 제법 길게 펼쳐져 있지만 나는 그곳을 전부 둘러본 적은 없다. 너무 넓어서라기보다는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일찍이 그곳에서 다이빙을 해 왔던 동료들은 그곳을 '보물 창고'라고 불렀다. 도감에서나 봐오던 진귀한 녀석들을 실물로 영접하고 난 후 나는 그 말에 전적으로 공감했다. 계획했던 다이브 시간을 넘겨 돌아 나와야 할 때면 매번 아쉬운 마음을 달래야만 했다. 깊이 가거나 멀리 다닌다고 해서 더 많이 보는 게 아니라는 것을 일깨워 준 나의 첫 번째 포인트였다.


물속에서 보고 싶은 생명체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경험이 그리 많지 않은 다이버일수록 커다란 녀석들을 언급한다. 거북이나 상어, 돌고래, 만타가오리, 고래상어 등이 그 순위에 오르곤 한다. 경험이 어느 정도 쌓인 다이버는 작은 생명체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듯 수중세계 또한 그렇다. 여기에 하나를 더 보태자면 물속 세상은 멈춘 만큼 보인다. 너무 작아 눈에 잘 띄지 않는 녀석들, 위장술이 능해 식별이 까다로운 녀석들, 주위 반응에 민감해 금방 숨어버리는 녀석들, 개체 수가 많지 않아 흔히 볼 수 없는 녀석들​이 그렇다. 이처럼 커다란 것은 누구나 볼 수 있지만 멈추지 않으면 눈앞에 있어도 보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물속에서 다이버들을 인솔할 때면 종종 안타까운 순간이 있다. 진귀한 무언가를 발견했는데도 정작 보여주지 못하고 지나쳐야 할 때다. 주위 환경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거나 다이버가 다칠 염려가 있다면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다. 멈춤과 지나침의 경계는 대개 다이버의 경험치와 실력에 좌우된다. 멈추고 싶을 때 멈추기 위해서는 부력을 제어하는 기술과 핀 킥을 구사하는 기술을 갖춰야 한다. 이 능력이 완벽하고 섬세할수록 내 우주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멈춤의 미학을 체득하고 나면 시야는 더 넓어지고 보이는 것은 더욱 많아지며 형체는 한층 선명해진다.



수중생물을 관찰할 때 가장 권장하는 자세는 중성부력 상태를 유지한 채 무엇과도 닿지 않는 것이다. 겉보기엔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수많은 생명체가 주위에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만약 조류의 영향이나 지형의 협소함 등으로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주위 환경에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바닥이나 암초에 착지해야 할 때는 중성부력 상태에서 핀 끝만을 이용해 접촉을 최소화한다. 손을 이용해 무언가를 짚어야 할 때도 그것이 산호나 여타 생명체는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무언가에 접촉을 시도할 때는 '그들을 보호하는 것'과 '나를 보호하는 것' 이 두 가지를 더불어 생각해야 한다.




수중생물을 관찰하고 촬영할 때는 그들의 습성과 생태를 파악하고 접근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예를 들면 서식지나 동선, 성격이나 식성, 독성이나 공격성 유무, 보호색이나 엄폐 방법 등이다. 산란기를 맞은 타이탄 트리거 피시의 습성을 알지 못 한 채 다가갔다가는 저돌적으로 달려드는 그들을 피해 수면 위까지 도망쳐야 할지도 모른다. 만타 가오리나 고래상어를 만나 다짜고짜 달려갔다가는 가까이서 보기는커녕 영영 쫓아버리고 말뿐이다. 말미잘에 사는 귀여운 아네모네 피시에게 손가락을 내밀었다가는 날카로운 두 줄의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


대왕 문어를 만나 무턱대고 카메라를 들이밀었다가는 카메라를 휘감은 채 심해로 내달리는 문어를 바라봐야 할지도 모른다. 모래바닥이나 암초를 무심결에 짚었다가는 위장한 채 숨어있는 녀석의 독가시에 찔려 형용할 수 없는 통증을 느껴야 할 수도 있다. 다리 하나가 끊겨있는 불가사리를 보았다면 암초 사이로 그 다리를 끌고 가는 할리퀸 새우 커플을 볼 수도 있다. ​산호나 암초를 유심히 들여다보면 비슷한 색이나 모양으로 위장하고 있는 진귀한 생명체를 발견할 수도 있다. 아무것도 살지 않을 것만 같은 모래바닥의 부유물 더미 속에서도 작고 귀여운 해마를 발견할 수도 있다.




수중생물을 관찰함에 있어서 도감과 촬영 장비는 매우 유용한 도구다. 도감을 통해 생물에 대한 명확한 정보를 알아 둔다면 물속에서 더 쉽게 그 생명체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물 속에서 만났던 녀석들을 도감을 통해 살펴본다면 그들에 대한 이해와 애정이 한층 더 높아질 것이다. 생물을 눈으로만 보고 기억에만 의존한다면 그들의 정확한 식별이 어려울 때가 있다. 이때 촬영한 사진이나 영상이 있다면 도감을 찾아볼 때 보다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처럼, 물속 세상에서 살아가는 이들을 알아가는 것은 다이빙을 즐겨나가는 또 하나의 재미다. 그렇게 점점 내 우주의 매력에 빠져들기 시작한다. ​














John. Young Joon Kim

PADI Course Director #471381

Zero Gravity - Scuba Diving Academy & 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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